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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나이 가을에 서서

서울산사랑(서울산사랑산악회) 2021. 10. 13. 10:3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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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
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.

내 밥그릇이 가득차서
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.

사랑을 받기만 하고
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.

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
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


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
향기도 옅어 지면서


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
맡게 되었습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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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픈 이들의
빈 소리도 들려옵니다.


목마른 이의 갈라지고

터진 마음도 보입니다.

이제서야 보이는
이제서야 들리는
내 삶의 늦은 깨달음 !


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

사람이 되겠습니다.

내 밥그릇 보다
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.


받은 사랑 잘 키워서
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.

내 나이 가을에
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.

 

- 이해인 -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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