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린시절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 갈 무렵,
아마 이 맘 때쯤이었을 것이다.
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간 적이 있었다.
어머니는 아침 일찍 밭에 가셔서 풋고추와
이것 저것 야채들을 수확해서 시장에 팔러 간 것이다.
아직 어린 난 학교에도 다니질 않아 엄마마저 없으면 심심하고,
혹시나 시장에 따라가면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 거라는 소박한 기대감에
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
10 리가 되는 길을 어머니를 따라 갔다.
지금 생각하면 그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
10 리를 걸어가신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.
어머니는 시장 한구석에 자리를 잡으시고
가져온 물건을 팔기 시작했고 그 때까지만 해도 난 무척 좋았다.
어머니가 물건을 팔기 시작할 즈음,
앞집 아주머니도 시장에 와서 울 어머니 옆에서 탐스럽게 익은 홍시를 팔았다.
앞집 아주머니는 제법 장사가 잘 되었다.
날개 돋친 듯 잘 팔렸다.
그러면 그럴수록 어머니의 물건 파는 목소리는 더욱 더 작아지고 있었다.
더 이상 그런 어머니를 볼 수 없었던 난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놀았다.
아니 시간이 지난 후 가면 우리 어머니가 가지고 온 풋고추도
잘 팔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다.
하지만 나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.
앞집 아주머니는 오전도 안돼 다 팔고 벌써 집에 가고
우리 어머니만 혼자 쓸쓸히 자릴 지키고 있었다.
오전 내내 하나도 팔지 못하신 것이다.
그리고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장사를 접으시고
다시 그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향하셨고,
난 아무 말도 못하고 어머니 뒤를 따라가며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.
어머니 고생하시는 모습, 이제 보기 싫습니다.
못 보겠습니다.
'내 새끼, 내 보배' 라며 보듬어 주시던 따뜻함,
이제 돌려 드릴게요. 내내 행복하게 해 드릴게요.
- 사랑밭 편지 -
동대문 꽃 시장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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